"친정집에서 고소당한 딸의 심정"
늘 저는 KBS를 친정에 비유하곤 했습니다.
그러나 이번일을 겪으면서 친정집에서 고소당한 딸의 심정입니다.
오랜시간 나의 모든 정열과 청춘을 바친 대가가 명예훼손 고소이고, 9시 간판뉴스의 저에 대한 보도행태입니까?
저는 저 스스로를 KBS만의 코미디언이 아니고 전 국민의 코미디언이라고 생각합니다.
KBS는 저에 대한 명예훼손 부분은 어떻게 감당하실 생각입니까.
저는 이번 일이 단순히 제 트위터 글로 우연히 촉발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잘 압니다.
제가 시사 프로그램 진행을 맡은 이후부터 일부 인터넷 신문과 매체는 저를 정치하는 연예인, 이른바 폴리테이너라는 멍에를 씌우기 시작했습니다.
여러분 이제 제가 반문합니다.
제가 정치하는 것 보신 분 있습니까?
여러분들을 어떻게 하면 더 웃겨 드릴 수 있을까 고민해야 할 코미디언이 좌파가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 SBS사장님 확인서를 받고 인터넷기자협회 총선시민연대 녹색연합 여러 곳에서 확인서를 받으러 다녀야 했습니다.
저는 단연코 한번도 정치권에 기웃댄 적이 없습니다.
한나라당이 집권을 하든 민주당이 집권을 하든 이 나라의 코미디언으로 여러분들이 저를 필요로 했을 때 행사에 가서 대통령 모시고 웃겨드렸습니다.
전두화,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께서 집권하시는 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저를 필요로 했을 때 어떠한 행사에도 기꺼이 제 재능을 가지고 빛내 드리지 않았습니까.
제가 그 때마다 집권당의 사상과 이념을 따지고 선별적으로 응해 드렸습니까?
저는 제가 코미디언인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저를 제발 코미디언으로 살게 해 주십시오.
제 꿈은, 평생 코미디언으로 하는 것, 그리고 어려운 이웃들과 나누며 사는 것, 이 두 가지입니다.
여러분 제발 저를 잃지 마십시오. 코미디언 하나 이렇게 키우기 어렵습니다.
저를 잃으면 손해 보시는 겁니다.
저는 지금 영등포 경찰서로 갑니다. 고소당하는 것이 처음이라 무척 떨리고, 한편으로 서럽습니다.
그러나 저 뿐만이 아니라 후배 연기자들이 앞으로 이런 일을 당하지 않도록 끝까지 싸우고자 결심했습니다.
기자 여러분, 제 모습을 똑똑히 보시고 전달해 주십시오. 우리 사회가 더 이상 코미디언을 슬프게 하는 사회가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