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작교중계포커스

김윤상 대검 감찰1과장 사의 표명 전문

오작교농장 2013. 9. 14. 17:44


'내가 사직하려는 이유'



또 한 번 경솔한 결정을 하려 한다.

타고난 조급한 성격에 어리석음과 미숙함까지 더해져 매번 경솔하지만 신중과 진중을 강조해 온

선배들이 화려한 수사 속에 사실은 개인의 영달을 추구하는 것을 여러 번 보아온 기억이 많아

경솔하지만 창피하지는 않다.

억지로 들릴 수는 있으나, 나에게는 경솔할 수밖에 없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법무부가 대검 감찰본부를 제쳐두고 검사를 감찰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경우다.

그래서 상당 기간의 의견 조율이 선행되고 이 과정에서 마찰이 빚어지기도 한다.

그런데 나는 검찰의 총수에 대한 감찰착수사실을 언론을 통해서 알았다.

이는 함량미달인 내가 감찰1과장을 맡다보니 법무부에서 이렇게 중차대한 사안을 협의할

파트너로는 생각하지 않은 결과이다.

고의는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내 본연의 고유 업무에 관하여 총장을 전혀 보필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책임을 지는 게 맞다.

둘째, 본인은 소신을 관철하기 위해 직을 걸어놓고서 정작 후배의 소신을 지켜주기 위해

직을 걸 용기는 없었던 못난 장관과 그나마 마음은 착했던 그를 악마의 길로 유인한

모사꾼들에게, 총장의 엄호하에 내부의 적을 단호히 척결해 온 선혈낭자한 내 행적노트를

넘겨주고 자리를 애원할 수는 없다.

차라리 전설속의 영웅 채동욱의 호위무사였다는 사실을 긍지로 삼고 살아가는 게 낫다.

셋째, 아들딸이 커서 역사시간에 2013년 초가을에 훌륭한 검찰총장이 모함을 당하고

억울하게 물러났다고 배웠는데 그때 아빠 혹시 대검에 근무하지 않았냐고 물어볼 때

대답하기 위해서이다.

'아빠가 그때 능력이 부족하고 머리가 우둔해서 총장님을 제대로 보필하지 못했단다.

그래서 훌훌 털고 나왔으니까 예쁘게 봐줘'라고 해야 인간적으로나마 아이들이 나를

이해할 것 같다.



학도병의 선혈과 민주시민의 희생으로 지켜 온 자랑스런 나의 조국 대한민국이 권력의

음산한 공포속에 짓눌려서는 안된다.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내 아들딸이 'Enemy of State'의 윌 스미스처럼 살게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된다.

모든 것은 분명해졌다.

'하늘은 무너져도 정의를 세워라'는 경구를 캠퍼스에서 보고 다녔다면 자유와 인권, 그리고

정의를 위해 자신의 몸과 마음을 바쳐야 한다.

어떠한 시련과 고통이 오더라도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위한 절대가치는 한치도 양보해서는 안 된다.

미련은 없다.

후회도 없을 것이다.

밝고 희망찬 미래를 만들기 위해 난 고개를 들고 당당히 걸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