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도 한·미연구팀 고추 35억염기쌍 게놈 해독분석
캡사이신 1천만년 전 등장, 토마토와 가깝고도 먼 차이
» 고추. 출처/ Wikimedia Commons
‘매운 고추가 먼저 출현하고, 덜 매운 고추가 나중에 생겼다.’
‘캡사이신 관련 유전자 세트는 토마토에도 있지만, 토마토엔 결정적 유전자 하나가 없다.’
음식뿐 아니라 의료·화장품 성분으로도 널리 쓰이는 매운맛 성분 ‘캡사이신’을 생산하는 고추의 유전체(게놈)가
국내 연구진 주도에 의해 최고 정밀도로 해독돼, 유전체 차원에서 고추에 관한 여러 수수께끼가 해명됐다.
고추(Capsicum annuum)의 유전체 지도는 지난달 과학저널 <네이처 제네틱스> 온라인판에 먼저 발표됐으며,
최근 이 저널의 인쇄판 3월호에 표지논문으로 실렸다.
이번에 해독, 분석한 고추 유전체를 보면, 무엇보다 고추를 고추이게 하는 유전체적 특징이 밝혀져 눈길을 끈다.
토마토의 잠자는 ‘캡사이신 합성공장’
연구팀은 같은 가지과 식물이면서 고추와 매우 가까운 토마토의 유전체와
비교했더니, 토마토에도 매운맛의 캡사이신을 생산하는 유전자 세트가
고추 유전체와 거의 같은 형태로 존재한다는 게 밝혀졌다.
둘의 결정적 차이는 여러 단계를 거치는 캡사이신 합성 과정에 마침표를
찍는 특정한 최종 유전자가 토마토에는 없고 고추에만 있다는 것이다.
71명 공저자를 대표하는 교신저자인 최도일 서울대 식물생산과학부 교수는
“고추가 종 분화 이후에 같은 가지과 식물인 토마토에는 없는 특정 유전자를
갖추면서 캡사이신을 생산할 수 있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캡사이신을 합성하는 고추의 유전체 영역에는 매운맛을 만드는 유전자 세트가
8벌이나 있으며, 같은 영역의 토마토 유전체에는 거의 동일한 유전자 세트가
4벌 존재한다. 그런데 토마토에선 그 4벌이 모두 제기능을 하지 않으나
고추에선 8벌 중 1벌의 유전자 세트에서 캡사이신 합성을 마무리하는 특정
유전자가 기능을 행한다. » 네이처 제네틱스 3월호 표지
연구자들은 진화 과정에서 복제된 관련 유전자 세트를 더 많이 간직한 고추 유전체에서,
돌연변이가 생기면서 캡사이신 합성이 가능해진 것으로 보고 있다.
가깝고도 먼 고추와 토마토의 차이
고추는 작물의 단위 그램당 비타민C를 토마토보다 10배나 더 많이 지니는 식물이다. 이번 유전체 분석에서
고추와 토마토를 비교해보니, 이런 10배 차이는 비타민C 생산량의 차이가 아니라, 만들어진 비타민C를
처리하는 다음 과정의 차이에서 비롯하는 것으로 규명됐다.
토마토와 고추가 비타민C를 만들어내는 과정은 비슷하지만, 그 이후에 토마토에선 이 비타민을 산화시켜
활성 없는 비타민으로 만드는 효소가 작용하는 데 비해, 고추에선 거꾸로 산화돼 비타민을 환원해 활성
비타민으로 만드는 효소의 작용이 두드러진다는 것이다.
다룬 차이도 눈에 띈다. 열매가 익으면서 물러지는 데에는 특정 호르몬 유전자가 작용하는데, 고추에선
숙성 과정에서 이 호르몬 유전자가 발현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고추와 토마토는 비슷하게 붉은색을 띠지만 토마토에선 붉은색이 라이코핀이라는 화합물에서
비롯하지만, 고추의 붉은색은 라이코핀 합성 단계에서 더 나아가 합성되는 캡산틴, 캡소루빈 화합물에서
비롯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운고추 먼저, 단고추 나중
고추의 유전체에선 오랜 역사도 읽을 수 있다. 고추 유전체를 분석해보니, 고추는 대략 1900만 년 전에
다른 가지과 식물들과 다른 진화의 길을 걷는 종 분화를 이룬 것으로 추정됐다.
종 분화의 시점은, 고추 유전체를 다른 가까운 종의 유전체와 비교해 변이의 정도를 측정하고, 이와 더불어
평균적인 변이의 속도, 그리고 기존 화석 증거에서 추정된 종 출현의 연대 등을 두루 고려하는 특정
계산식을 통해 구해진다.
최 교수는 “매운 맛은 1900만 년 전에 고추의 종 분화가 이뤄지고서 나서 한참 뒤에 출현한 것으로 추정된다”
며 “캡사이신의 등장은 대략 1000만 년 전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캡사이신은 열매와 씨앗을 먹는 동물들이 고추를 따먹지 못하도록 막는 구실을 하는데, 이런 캡사이신을
생산하는 돌연변이 유전자는 고추의 생존과 번식에 유리하기 때문에 진화 과정에서 널리 퍼진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면 캡사이신의 매운 맛은 진화 과정에서 점점 강해졌을까, 아니면 약해졌을까?
최 교수는 “매운 고추가 먼저 출현하고 이후에 캡사이신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기면서 안 매운 고추도
나중에 등장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먹는 매운 고추보다 훨씬 더 매운 맛을 지닌 야생
고추는 많다는 것이다.
» 고추 염색체(12개)의 분석 개요. 출처/ 고추 게놈 지도 작성 연구팀, 최도일
사람 유전체보다 큰 고추 유전체
고추 유전체의 크기는 30억 염기쌍을 지닌 사람 유전체보다 큰 규모다. 35억 염기쌍을 지니고 있다.
또한 같은 가지과 식물로서 매우 가까운 종인 토마토의 유전체와 비교해보면 무려 4배나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분석에서 고추 유전체는 총 3만4903 가지의 유전자를 지닌 것으로 파악됐다.
연구팀은 이런 거대 유전체 해독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서, 해독 대상의 유전체를 186배수로 늘려 분석했다.
최 교수는 “어떤 생물종의 유전체 지도가 매우 높은 정확도를 갖춘 참조표준 게놈(reference genome)으로
받아지려면 유전체 정보를 100배수 넘게 늘려 해독 작업을 해야 한다“며 “10억 염기쌍이 넘는 거대 규모의
유전체를 한국 연구팀이 주도해 새롭게 참조표준 수준의 게놈을 해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고추 게놈 지도 작성 연구사업은 한국 농진청 차세대유전체사업단이 지원했으며, 한국 연구자들이 주도하고
미국·이스라엘 연구자들이 함께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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