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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작교는 왜 직구족이 되었나

오작교농장 2014. 9. 27. 18:41

[머니투데이 송지유기자][[직구의 경제학]국내서 수백만원 고가제품, 해외에선 1/3 가격…직구 안하면 '호갱님']

내달 말 결혼 예정인 오작교 씨(29·가명)는 최근 독일 아마존 사이트를 통해 인덕션(전기렌지)을 구입했다.

프리미엄 가전 브랜드인 '아에게(AEG)' 제품으로 구입 가격은 운송비와 관세, 보험료를 합해 총 100만3000원.

전문가를 불러 신혼집에 직접 설치하느라 15만원이 추가로 들었지만 만족도는 최고다.

 

동일 제품 국내 판매가는 395만원(홈페이지 기준)으로 3분의 1도 안 되는 가격에 혼수품을 장만했다.

박 씨는 "독일에서 510유로(68만원)짜리 제품이 한국에선 395만원 짜리로 뻥튀기 되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이라며 "

아무리 수입품이라고 하지만 5∼6배씩이나 가격을 부풀리는 것은 소비자 기망 행위"라고 말했다.

이런 눈 밝은 소비자들이 급증하며 해외 직구 열풍이 불고 있다.

2000년대 초중반만 해도 해외에서 거주했거나 한국에 없는 제품을 찾는 소수 마니아들이 직구에 나섰지만 이제는

컴퓨터만 할 줄 알면 직구를 즐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직구 시장 규모도 무서운 속도로 커졌다.

오픈마켓과 소셜커머스 등 온라인 유통업체를 비롯해 해외 직구와 배송을 대행해주는 전문 업체까지 가세하며

유통시장에서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자리 잡았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인터넷 쇼핑 이용자 10명 중 4명이 해외 직구로 제품을 구매한다.

◇비타민부터 패딩점퍼까지…저렴한 가격에 사고 또 사고=

소비자들이 해외 쇼핑몰에서 제품을 구입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가격이 저렴해서다.

해외 직구 가격은 각종 세금과 운송료 등을 포함해도 국내 판매가보다 평균 20∼30% 저렴하다.

'블랙프라이데이'(추수감사절 직후 시작하는 미국 최대 할인행사 기간)를 노리거나, 각 쇼핑몰이나 브랜드가

수시로 진행하는 세일을 잘 이용하면 정상가보다 60~70% 싸게 득템할 수도 있다.

주로 비타민과 향초, 장난감 등 2만∼3만원대 저렴한 제품으로 입문해 명품 핸드백이나 프리미엄 패딩,

전자제품 등으로 영역을 넓히는 것이 해외 직구의 코스다.

직장인 최민호 씨(37·가명)는 "아내와 함께 해외 쇼핑몰에서 비타민과 말린 과일, 잼 등을 고르면서 직구에

눈을 떴다"며 "이제는 20개월 된 아들 옷과 장난감, 아내 패딩점퍼, 내 전자책까지 국내 판매가의 3분의 1 가격으로

산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에서 판매하는 수입품을 미국 쇼핑몰인 아마존에서 검색해보면 40∼50% 저렴한 상품이 수두룩하다.

국내에서는 7만2000원인 '브라운 체온계'는 아마존 사이트에서는 4만1600원이면 구입할 수 있다.

'보스 이어폰'은 국내 판매가는 16만5000원이지만 미국에선 6만2500원이면 산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드래곤 길들이기 투쓸리스' 피규어는 국내에서 4만5000원이지만 미국에선 1만2500원이면 해결된다.

◇"나는 똑똑한 소비자"…한국에 없는 제품 산다=

국내에서 시판하지 않는 희소 상품을 구입하고 싶은 소비 심리도 해외 직구를 쑥쑥 키우고 있다.

직장인 이규진 씨(45·가명)는 "한국에서 구할 수 없는 자동차 용품과 옷을 직구로 자주 산다"며 "품질과 디자인이

좋은데다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나만의 제품을 갖고 있다는 자체가 뿌듯하다"고 말했다.

"당신들은 존재도 모르는 제품을 나는 샀다"는 과시욕도 직구족이 늘어나는 이유다.

해외 직구나 주부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해외 직구 성공담을 정리한 게시물들이 유난히 많다.

어려운 영어 주문과 복잡한 관세 규정 등을 뚫고 공수해 온 제품 사진과 쇼핑 과정을 상세히 소개한 노하우들이다.

스포츠 매장을 운영하는 김신우 씨(39·가명)는 "게시판에 어렵게 값싸고 좋은 물건을 찾아내 소개하면 부럽다,

고맙다 등 댓글이 많이 달려 은근히 뿌듯해진다"며 "소비자의 권리를 떳떳하게 잘 행사했다는 자부심까지 느낀다"

고 말했다.

국내 유통업계도 직구족을 타깃으로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G마켓과 옥션, 11번가 등 오픈마켓과 쿠팡, 티몬, 위메프 등 소셜커머스 업체들이 적극적이다.

주로 수입품을 해외 직구보다도 싸게 판매하는 기획 행사가 대부분이다.

위메프는 아예 배송 대행 사이트를 만들어 직구 시장에 직접 뛰어들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쇼핑몰들은 올해 블랙프라데이를 겨냥해 6개월 전부터 포털사이트 노른자위 광고자리를

차지하려고 물밑 경쟁을 벌여왔다"며 "해외 직구는 40조원에 달하는 국내 온라인 쇼핑시장의 0.5%에 불과하지만

성장성이 워낙 좋아 시장을 선점하려는 경쟁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송지유기자 clio@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