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이사장은 과묵하고 차분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망 소식을 알릴 때도 시종 침착하고 담담했다.
청와대에 있을 때는 대통령 뒤에서 쑥스럽게 미소 짓거나 무표정한 얼굴을 보였다.
어려운 상황에서 입술이 포개질 정도로 꼭 다문 것은 그의 또 다른 표정이다.
그런 그에게서 외유내강이라는 말을 떠올리는 사람이 적지 않다.
경남 거제에서 태어나 경남고를 졸업한 그는 경희대 법대 시절 학생운동에 참여해 구속되기도 했다.
경찰서 유치장에서 사법시험 합격통지서를 받은 그는 1982년 사법연수원을 차석 졸업하고도 시위 전력 때문에 판사가 되지 못하자 부산으로 내려가 인권변호사의 길을 걷는다.
부산, 경남지역 시국사건을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함께 맡으면서 두 사람은 급속도로 가까워진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자신보다 일곱 살 어린 그를 자신이 아는 최고의 원칙주의자로 평가했다.
청와대에서는 '왕수석''왕의 남자'로 불리며 대통령의 신뢰를 받았지만 나이 어린 직원에게도
존댓말로 사용할 정도로 공손했다.
2008년 부산에서 경남 양산의 시골마을로 집을 옮겨 닭, 개, 고양이 등을 키우며 살고 있다.
그의 소박한 성품과 약간 어긋나는 것이 있다면 스킨스쿠버를 즐겼다는 것이다.
그는 강제징집으로 끌려간 특전사에서 수중폭파조로 있었는데 그것 때문인지 혹은 바닷가에서 태어나고 자랐기 때문인지 바다에 이끌렸다.
하지만 청와대에 들어간 뒤로는 바닷속에 들어간 적이 없다.
산도 좋아한다.
노 전 대통령 탄핵으로 중간에 돌아왔지만, 민정수석을 그만 둔 뒤에는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로 트레킹을 떠났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에는 산 한번 편히 가지 못했다.
좀처럼 흔들리지 않을 것 같은 문 이사장이지만 노 전 대통령의 죽음에서 그만큼 큰 충격을 받았다.
약력
1953년 경남 거제 출생
1971년 경남고 졸업
1980년 제22회 사법시험 합격, 경희대 법대 졸업
1982년 사법연수원 12기 수료, 변호사 개업
2003년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비서관
2004년 대통령비서실 시민사회수석비서관
2005년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비서관
2007년 대통령비서실장, 제2차 남북정상회담 추진위원회 위원장
2009년 법무법인 부산 공동대표 변호사
야권 후보들, 단일화 땐 충분히 해볼 만"
■문재인의 대선주자 품평
인터뷰가 진행되면서 차기 대권주자들에 대한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오갔다.
먼저 지지도가 가장 높은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해 문 이사장은 "원칙과 신뢰를 중시하는 분"이라고 높게 평가했다.
박 전 대표는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지적에도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문 이사장은 그러나 박 전 대표의 가치관, 역사관이 진취적이지 못하고 수구적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인권탄압, 민주주의 억압 등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잘못을 사과하고 그것을 정리해내는
자세가 필요하며 그렇게 해야 산업화세력과 민주화세력의 화해가 가능한데도 그럴 뜻이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문 이사장은 "그것이 박 전 대표의 한계"라고 지적했다.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에 대해서는 감정이 겹치는 듯 했다.
문 이사장은 먼저 노 전 대통령이 그를 통일부 장관에 앉혀 행정 경험을 쌓게 하고 그가 추천한 인사도 가능한 한 많이 받아들였다고 했다.
후계자라고까지는 표현할 수는 없지만, 노 전 대통령이 각별히 공을 들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2007년 대선 국면에서 정 최고위원이 비노(非盧) 노선을 들고나오면서 갈등이 빚어졌는데 문 이사장은 "지지도가 낮다는 이유로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을 부정한 것은 잘못"이라고 분명히 말했다.
문 이사장은 "그러나 그런 과정을 되돌아보면서 더 큰 정치인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지금은 섭섭한 마음이 없으며 그는 뛰어난 야당 지도자 중 한 사람"이라고 평했다.
정세균 민주당 최고위원에 대해서는 성품이 온화하고 실물경제에 밝은 정치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도 그 점을 높게 샀으며 적대적 정치문화를 화합적으로 바꿀 때 필요한 리더십을 갖추고 있다"고 보았다.
그의 그런 가치가 현실 정치에서는 저평가됐다는 말도 덧붙였다.
손학규 대표와 관련해서는 "노 전 대통령은 그가 2007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 경선에서 밀리자 당을 뛰쳐나간 것은 원칙에 어긋나는 행동이라고 보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손 대표가 야권으로 와서 당에 헌신하고 야성까지 갖췄기 때문에 이제는 충분히 지도자가 될 수 있는 자격을 갖췄다고 문 이사장은 말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의 과거 발언이 지금 변화된 상황에서까지 유효한 것은 아니다"고 했다.
유시민 참여정책연구원장에 대해서는 "지적인 능력도, 말이나 글로 자신을 표현하는 능력도 탁월하다"고 후한 점수를 주었다.
거기에 젊은 층을 결집시킬 수 있는 폭발력을 갖췄다는 것도 유 원장의 강점으로 거론했다.
그런 그에게 강한 안티 세력이 있는 것은 극복해야 할 과제라고 했다. 문 이사장은 "야권 후보들은 장점도 있고 약점도 있지만 경쟁을 거쳐 단일화에 성공하고 서로를 도와준다면 박근혜 전 대표와 충분히 해볼 만 하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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